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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장애인의 진정한 자립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개선방향 제언

2023.07.28


“장애인 자녀가 자립(탈시설)해서 사는 것을 어느 부모가 반대를 하겠어요. 

다만 자립이 가능하지 않은 장애인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


최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문제를 두고 ‘탈시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탈시설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것, 즉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매우 중요한 이념입니다. 하지만 탈시설이 지역사회 통합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과연 모든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지, 자립 후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 지속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찬반 입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 탈(脫)시설

장애인 탈시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함으로써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입니다. 또한 2020년 12월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장애인탈시설지원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탈시설을 규정했습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2조>


이는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뿐만 아니라 정신요양시설에 거주하면서도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중증의 정신질환자, 그밖에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시설을 적용대상으로 합니다. 즉, 탈시설은 모든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탈시설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에 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10년 이내에 폐쇄합니다. 그러나 장애인 거주시설을 완전히 폐쇄할 경우, ‘가정이 없거나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장애인’ 모두가 강제 퇴소하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사회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의사소통이 힘들고 일상생활 또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탈시설을 통한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장애인의 진정한 자립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탈시설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지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의 입장을 크게 2가지로 살펴보았습니다.



1. 자기결정권 존중을 통한 탈시설화

첫째, 탈시설 정책은 탈시설화 정책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탈시설 정책이 장애인 시설을 완전히 폐쇄하는 정책이라면 탈시설화 정책은 거주시설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보다 탈시설화 정책을 앞서 추진했지만 아직 탈시설화 정책이 완료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거주시설을 16인 이하 시설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 시설은 예외다. 거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시설에 살고 싶은 이를 강제 퇴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

- 출처: 국민일보 특별기고


탈시설의 궁극적인 목적인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바로 ‘자기결정권’입니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를 근거로,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즉, 장애인도 자기결정권에 의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근거로 지역사회 자립이 가능한 경증장애인이 자기결정권에 의해 탈시설을 희망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삶이자 권리입니다. 그러나 탈시설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자립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마저 자신의 선택에 상관없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거주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당한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출처: 국민일보)


지난 2월 서울시가 실시한 탈시설 장애인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38명의 중증장애인 중 29명(20명 심하게 곤란, 9명 곤란)이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중 의사소통에 심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명은 지역사회 정착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나머지 18명 중 15명은 현재 삶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으나 나머지 3명은 시설 재입소를 희망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러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 탈시설로 인한 절차상 문제는 없는지,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자립이 가능한지, 삶의 만족도는 어떠한지 등을 검증하여 장애인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할 수 있는 탈시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탈시설과 시설 선진화를 병행 추진

둘째, 탈시설화 정책은 모든 장애인에게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장애 특성을 반영해 탈시설과 시설 선진화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생략)…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이 힘들고 일상적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에 자립이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도 지역사회 내 지원 주택에서 활동지원사에게 돌봄을 맡겨 자립하라고 강요한다면 그건 복지 증진이 아니라 복지 실종이다.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특성과 욕구를 반영해 시설 운영 모델을 개혁하고 시설 유형도 다양화해야 한다.


-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

- 출처: 국민일보 특별기고


앞서 살펴보았듯이 자기결정권에 따라 지역사회 자립이 가능한 경증장애인에게는 탈시설을 적용하고,  지역사회 자립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는 장애 특성과 욕구에 따라 거주시설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생활실을 1~2인실로 바꾸고 사생활을 보장한다면 그들의 인간다운 삶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탈시설화가 될 것입니다. 


2022년 12월 9일, 밀알아트센터 도산홀에서 열린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토론회’


밀알복지재단은 지난해 12월 서울사회복지법인협회 주최로 개최된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장애인 탈시설 정책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장애인 탈시설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면서도,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장애인과 가족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며 함께 주장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는 시설운영 지원 예산을 증액하고, 장애인 모두의 합리적인 자립을 점차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탈시설과 시설 선진화를 병행 추진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지역사회 모두가 타협하고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탈시설화

탈시설화는 지원 방식과 생활상이 수용시설처럼 되는 ‘시설화’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시설에 살아도 탈시설화하면 시설 밖에 사는 것보다 나을 수 있고, 시설 밖에 살아도 시설화하면 시설에 사는 것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장소의 문제보다 입주자의 욕구와 역량에 맞는 주거 형태를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탈시설화’입니다. 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진정한 탈시설을 위해서는 당사자를 비롯한 부모, 전문가 등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 장애인 탈시설 관련 영상(알TV)

1.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의 거주시설과 자립에 대한 제언 



2. 베다니동산 조태승 원장의 시설 선진화 제언



3.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의 탈시설화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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