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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위와 목에 생명줄 꽂은 4살 나영이 “베트남 할머니 만날 날은 언제…”

2025.09.04

 위와 목에 생명줄 꽂은 4살 나영이 “베트남 할머니 만날 날은 언제…”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이수연씨가 경남 진주시 상대동 집에서 가래제거기를 꽂은 채 잠든 나영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수연씨가 경남 진주시 상대동 집에서 가래제거기를 꽂은 채 잠든 나영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나영,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방 안에 있던 나영(가명·4살)이가 캑캑 소리를 내자 엄마 이수연(46)씨가 서둘러 나영이의 상태를 살폈다. 지난 27일 찾은 경남 진주 나영이의 방은 흡사 작은 병실과 같았다. 인공호흡기와 산소 발생기와 같은 의료기기가 관을 통해 나영이의 목으로 연결돼 있었다. 머리맡에는 식염수, 위생용 장갑, 기저귀, 가래 제거용 관(카테터) 등이 놓여 있었다. 나영이는 심장 근육에 문제가 생겨 펌프 기능을 잘할 수 없는 심근병증과 뇌병변, 중증 폐형성증을 앓고 있다. 나영이는 배의 구멍을 통해 연결된 위루관을 통해 밥을 먹고 목으로 연결된 관을 통해 숨을 쉰다.

나영이가 캑캑 소리를 내는 것은 가래가 꽉 차올랐다는 뜻이다. 이날 엄마는 수시로 방 안을 들락날락했다. 나영이는 목에 관이 삽입돼 있어 소리를 낼 수도 없고 뇌병변으로 눈을 뜨고 감는 것 외엔 거의 움직일 수도 없다. 자신이 아프거나 위험하다는 신호를 홀로 낼 수 없는 나영이 곁에 엄마가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요리도 장 보는 것도 나영이가 잘 때 후딱후딱 해치워야 돼요. 나영이가 아침에 많이 자고 새벽까지 깨 있을 때가 종종 있는데, 저도 같이 안 자고 나영이를 계속 돌봐야 해요.” 엄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늦둥이…1년에 10번 입원

 나영이는 늦둥이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엄마와 베트남 사람 아빠 레반쯔엉(49)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부 모두 40대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나영이를 가진 터라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었지만, 출산이 예상보다 너무 일렀다. 나영이는 엄마의 몸속에서 26주 만에 몸무게 830g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났다. 심장이 덜 자란 채 태어난 나영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새 혈관을 만드는 심장동맥관 수술을 받았고,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4개월간 입원해야 했다. 생후 10개월이 되자 폐에 문제가 생겼다. 심장 기능이 약해 폐에 있는 피가 몸 전체로 퍼지지 않고 그대로 고여 폐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연이은 수술로 나영이는 결국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3개월간 입원했다. 폐 손상으로 자가 호흡이 더 어려워지고, 추가적으로 뇌가 손상돼 인지 기능도 많이 떨어졌다. 나영이의 돌잔치는 병실 안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감기 정도의 잔병도 면역력이 약한 나영이에게는 매번 고비다. 지난해엔 네차례 정기검진을 포함해 10번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달 동안 입원한 나영이를 옆에서 엄마가 돌본다. 몸도 힘들지만, 더 무서운 건 입원할 때마다 드는 ‘돈’이다. 치료비와 교통비, 숙박비까지 매번 100만원 이상 지출되는 탓에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3천만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매번 나가는데 그렇다고 입원을 시키지 않을 수는 없어요. 베트남에서 와서 연고도 없어 복지센터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지원책이 없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나영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접근이 어려울 때는 딸기 농장에서 일당 9만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나영이가 경남 진주시 상대동 집에서 가래제거기를 꽂은 채 잠들어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나영이가 경남 진주시 상대동 집에서 가래제거기를 꽂은 채 잠들어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재활치료 시급한데 수입은 턱없이 부족

 나영이에게는 고등학생 오빠 둘이 있다. 생계는 전적으로 아빠가 책임지고 있다. 나영이가 태어나기 전 엄마도 공장으로 나가 일을 했지만, 나영이가 아픈 뒤에는 일할 여력이 없어졌다. 아빠는 비닐팩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교대근무로 일한다. 주간 10시간, 야간 12시간 동안 무거운 비닐팩을 들어 올리고 이동하느라 허리와 어깨에서 통증이 사라질 날이 없다.

아빠의 한달 수입은 240만원 정도. 그마저도 불경기 때문에 공장이 쉬는 날이 있어 들쑥날쑥하다. 한달에 거즈, 식염수, 가래 제거용 관 등 의료소모품비 30만원, 위루관 용품 30만원, 대출 상환금 24만원, 기저귀 8만원, 재활치료비 4만원 등 고정지출에 다섯 식구의 생활비까지 합치면 빠듯하다. 나영이가 갑작스레 입원이라도 하는 달에는 매달 100만원가량의 빚이 생긴다. 엄마는 어떻게든 지출을 줄여보려 가장 저렴한 의료소모품을 쓰거나, 비의료용품을 대체해 사용해본다고 했다.

그나마 나영이는 경남 진주의 아동발달센터에서 발달재활바우처를 지원받아 이곳에서 한달에 6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나영이는 자극에 대한 인지 반응이 떨어지고, 근육과 관절들이 긴장된 채 뻣뻣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감각 치료와 음식물을 삼킬 수 있도록 하는 연하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시작된 뒤 나영이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거나 짜증 나는 감정을 느낄 때 손가락을 일부 움직이는 등 큰 향상을 보였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치료만 하는 상태다. 나영이를 담당하고 있는 진은주 디딤아동발달센터장은 “현재 목표는 나영이가 입을 통해 뭔가를 스스로 먹고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 뒤에는 언어치료도 진행돼야 한다”며 “보통 일반적으로 이 나이대 아이들은 하루에 재활치료 병원을 두세군데 가는 데 비해 나영이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재활치료는 어릴 때 받아야 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나영이 주변에는 각종 의료 장비와 도구들이 놓여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나영이 주변에는 각종 의료 장비와 도구들이 놓여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베트남에 계신 할머니, 한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고등학생인 나영이 오빠 둘은 입시며 생활이며 부모의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지만 엄마는 나영이의 돌봄으로 , 아빠는 고된 교대근무로 여력이 없다 . 두 아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매일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엄마는 말했다 . 어려운 만큼 일찍 성숙해진 탓인지 두 아들은 이미 그러한 생활이 익숙해졌다는 듯 알아서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 진로도 정했다 . 큰아들은 공업고등학교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고 있다. 작은아들은 물류업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다 . 홀로 공부해 국제물류사 , 컴퓨터활용능력자격증 등 필요한 자격증을 따놨다 . 엄마는 “학원비 한번 대준 적이 없었다 ”며 미안해하면서도 대견한 듯 웃었다 .

나영이는 엄마나 아빠가 베트남 자장가를 불러줄 때 유난히 평안한 표정으로 집중한다. 엄마는 나영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공장 일 때문에, 나영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10년 동안 고향에 가지 못했다. 가끔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로 나영이를 보여주며 소식을 전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베트남 여행을 떠나는 것. 78살 노모의 어머니에게 건강해진 나영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엄마에게는 닿을 것 같지 않은, 그래서 더 간절한 꿈이다. “베트남 노래를 불러주면 짓는 나영이의 표정이 그렇게 예뻐요. 나영이가 건강해지면 이런 표정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겠죠? 베트남 가족들에게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어요.” 품에 안은 나영이를 보며 엄마가 말했다.

▶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기사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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