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바로 주인공, 필리핀 퀘존 KOICA사업 이야기 2017.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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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바로 주인공, 필리핀 퀘존 KOICA사업 이야기
필리핀은 약 7,000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며, 인구는 약 1억 명 정도입니다. OECD 국가분류의 중저소득국가에 해당하고, 그 중에서도 빈곤개선도가 더디며 빈부격차가 몹시 큽니다. 도시와 외곽지역의 격차가 심각한 수준인데, 이러한 환경은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장애인 계층의 경우 즉각적인 외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밀알복지재단은 2013년 6월부터 필리핀 퀘존지역의 장애인 특수교사를 양성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7년 3월부터는 KOICA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 직업재활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KOICA사업 일환으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F&B(Food&Beverage)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는 미용교육을(이,미용 및 네일케어), 그리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함께 필리핀 퀘존 사업장으로 가보실까요?
매니큐어 교육 실습 중인 청각장애인 교육생
밀알복지재단의 로고가 새겨진 노란색 간판 아래로 초록색 대문이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로 앞으로 미용교육실이 보입니다. 문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조용한 가운데 바삐 움직이는 손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합니다. 많은 학생들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소리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삐 움직이는 손들이 때로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미용 교육을 받는 이들은 모두가 청각장애인입니다. 손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시에 분주하게 손을 사용하며 미용 수업을 받아야 하니, 정말 바쁩니다. 다른 곳보다 조용할지는 몰라도 그 어느 장소보다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료로 풋 스파와 패티큐어를 해드립니다!" 실습대상자를 모집 중인 교육생들
미용기술(매니큐어, 패디큐어, 핸드스파, 풋스파, 헤어컷)을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실습 대상자가 필요합니다. 교실에 마냥 앉아 실습대상자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실습대상자를 찾아 ‘무료 매니큐어, 패디큐어’라고 쓰여 진 보드를 들고 적극적으로 지원자를 찾아 나섭니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길거리 호객 행위를 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짓과 몸짓에서 자신감이 배어나옵니다. 이웃 주민들은 공짜로 관리를 받을 수 있어 좋고, 미용교육 학생들은 배운 것을 실습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입니다. 다들 장애인은 봉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필리핀 마닐라 사업장, 특히 이곳 미용교육실에서 그런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실 학생들의 손을 거쳐 갈수록 학생들의 미용기술은 더욱 향상되고, 더불어 이웃들이 가진 장애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입니다.
진지한 모습으로 서빙 연습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교육생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서빙교육을 받는 발달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냅킨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혼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학생, 자신의 노래에 흥이 난 학생, 자신의 미술세계에 빠져 그림을 그리는 학생, 포크를 어디에 놔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학생, 많은 접시가 놓여 있는 쟁반을 끙끙거리며 연습하는 학생, 그 그릇을 깨트릴까 조마조마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보조강사까지,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 5일의 고된 교육이지만, 하나같이 해맑은 얼굴입니다.
최근에는 자격증시험 준비로 분주합니다. 10가지 종류의 냅킨을 정해진 시간 내에 접기, 러시안 서비스 테이블 세팅, 아메리칸 서비스 테이블 세팅, 룸서비스, 예약전화받기 등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발달장애인 교육생들에게는 어쩌면 인생에서 시험의 부담감을 느끼는 첫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이정도는 거뜬하죠!" 접시가 가득한 쟁반도 거뜬히 들어올립니다.
하루는 교육장에서 학생들에게 진짜 시험이라고 이야기 한 뒤 진지하게 시험연습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시험이 끝나자 학생 한 명이 자책을 하면서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나도 떨어졌다며 슬픔에 잠긴 학생을 위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위로를 하던 학생이 나중에는 시험에 떨어져 슬픔에 잠겼던 학생보다도 더 슬프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슬퍼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함께 있어 더욱 즐거운 교육생들의 환한 미소
필리핀, 퀘존 사업장에는 장애인들에게 교육을 통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일어나도록 도움을 주며, 도움받기만 하는 존재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도전이 장애 재활을 넘어, 우리에게도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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