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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가로수길

2013.11.06

특별한 소풍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1. 가로수길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이 되어 떠나보는 소풍. 이번 회부터 특별한 소풍은 더 의미 있는 연재를 하려 합니다. 비장애인들이 흔히 가는 그곳. 친구들을 만나면 가는 그곳.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그곳. 그러나 장애인들은 가기 두려운 곳일 수도 있는 곳들로 갑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갔을 때 꼭 필요한 지도를 그리려 합니다.  


 
<글쓴이의 말> 
얼마 전 신문에서 장애인들의 여가에 대해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두 가지가 놀라웠습니다. 생각보다 장애인들이 여가생활에 대한 불만이 적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장애인들이 여가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 낮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합니다. 장애인들이 여가생활에 만족한다는 건, 우리처럼 친구들을 만나고, 쇼핑을 하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는 정도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이라면 그걸 여가생활이라고 여기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들이 쉽게 가지 않는 곳의 지도를 그려보려 합니다. 혹시나 아주 어렵게 비장애인들이 가던 동네에 갔을 때 꼭 필요한 지도가 될 것입니다. 전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여가생활을 기대하게 하는 지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용호는 무턱대고 휠체어를 끌고 길을 나섰다.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비장애인인 친구들은 용호를 배려하려고 한가하고 편한 약속장소를 정하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딱히 좋은 곳을 찾지 못했다. 만나기로 한 친구들은 여자친구들이었고 다른 또래 친구들이 그렇듯 쇼핑하기를 좋아했다. 게다가 가을이 찾아왔고 오랜만에 같이 쇼핑이나 할 계획이었는데 어쩌다 용호가 끼어들게 된 것이었다. 자존심 강한 용호는 방해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약속장소로 향하게 된 것이다.
 
약속장소는 가로수길이었다. 용호는 가 본 적은 없지만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경사진 곳도 아니고 지하철에서 가까워 가기에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약속장소로 향하면서부터 당혹감이 밀려왔다. 생각보다 엄청난 인파 때문이었다.
 
“안녕! 잘 찾아왔네.”
 
두 친구들이 용호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휠체어를 탄 모습은 워낙 눈에 띄니 인파 속에서도 잘 찾을 수 있었을 거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가로수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대화는 더 이상 나눌 수 없었다. 사람들에 밀려 휠체어를 선두로 한 줄로 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가 끊어지고 이어지는 곳에서 만나는 턱에서 친구들은 휠체어를 미느라 끙끙거려야만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휠체어를 타고 쇼핑을 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두 친구들도 용호도 불편한 상황에 놓여야만 했다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별로 인식되지도 않는 작은 턱과 계단은 휠체어를 끌고 가는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은 벽 같았다. 가로수길을 다 돌아다녀도 들어갈만한 옷가게는 몇 군데 되지 않았다.
 
쇼핑을 하는둥 마는둥 지쳐버린 용호와 친구들은 결국 커피를 한 잔 하며 쉬기로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커피숍과 레스토랑은 2층이나 더 높은 곳에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계단이 없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 한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여기 너무 사람이 많다.”
 
친구 중 한 명이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내가 올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아. 괜히 방해가 되어서 미안하네.”
 
용호가 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야. 차라리 편하게 우리끼리 놀 수 있는 곳으로 갈 걸 그랬어.”
 
결국 친구들은 카페를 나서 가로수길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강공원이 있어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탁트인 한강공원으로 가자 드디어 막혔던 마음도 뚫리는 것 같았다. 미안했던 마음도 봄바람이 불자 슬며시 사라지고 그들은 마침내 밀렸던 수다를 떨 수 있었다. 


 

 

 

가로수길 대부분의 가게들은 휠체어를 타고서는 들어가기 힘듭니다. 이곳의 가게들은 거의 입구에 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의 도움을 받아 쇼핑을 하려는 장애인들이 별로 없기는 하겠지만 들어간다고 해도 휠체어를 타고 쇼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한 두 군데의 대형 매장이 장애인들을 배려해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웠습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라면 8seconds매장에 가 볼 만합니다. 가로수길에서 유일하게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입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매장 입구에는 휠체어를 위해 주차를 금지하는 표시도 있습니다. 매장 내부도 넓은 편이라 휠체어를 타고도 돌아볼만 합니다. 또 다른 대형 매장인 ZARA 매장도 쾌적합니다. 엘리베이터 사용도 가능해서 윗층과 아랫층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몇 개의 대형 매장을 제외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노점상이나 길에 노출된 가게들이 그나마 눈요기가 됩니다.
 
쇼핑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스럽습니다. 가로수길을 끝에서 끝까지 모두 살펴보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휠체어를 밀고 들어갈만한 카페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가을을 맞아 창을 열고 내부를 개방한 레스토랑 카페라면 약간의 도움을 받아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심한 스트레스는 사람들과 도로사정입니다. 주말에는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보행자들에게 휠체어가 상당한 방해가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보행로가 좁고 그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휠체어를 탄 사람 입장에서 계속해서 민망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작은 턱을 만나 휠체어가 멈췄을 때 무려 세 명의 시민들이 달라 붙어 휠체어를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주말이 아닌 날 이른 시간에는 그나마 사람이 적은 편입니다.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거리를 다니며 쇼윈도를 구경하고 비장애인 친구와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도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경사가 거의 없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매력적입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도 붐비지 않는 시간이라면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최근에 음식의 가격이 많이 올라 생각보다 많은 지출을 할 수는 있겠네요. 무엇보다 신사중학교 방향으로 가면 바로 한강공원과 이어지는데 가로수길을 지나치며 구경을 하고 한강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총평: 한적한 시간에 여유롭게 다니기에 좋은 거리. 사람 많은 시간은 피할 것!
접근성: ★★★★
편의성: ★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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