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합정역 일대 2014.0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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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특별한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는 활동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턱없는 매장, 편견 없이 장애인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착한 가게,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만한 장소 등을 찾아 지도로 만듭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밖을 나서지 못하는 그들에게 안심하고 찾아갈 만한 곳들을 미리 지도로 만든다면 그들의 소풍은 조금이나마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합정역의 교통약자 서비스 합정역은 2호선과 6호선의 환승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서도 여러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역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 엘리베이터, 이동식 발판 서비스, 점자표지판, 유도블록,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내 비상통화장치 등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교통약자 원스톱 케어 서비스’를 통해 리프트 이용 등의 단발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역에 들어서서 열차를 탈 때까지 완벽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하루 1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더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이 서비스를 받으며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여 있어 편리한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합정역 바로 옆에 위치한 메세나폴리스는 대형마트부터 패션 브랜드 샵, 영화관, 카페, 음식점을 비롯, 동물병원까지 있어 이곳에 가는 것 만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런 대형 건물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 장애인들에게도 반가운 곳이 아닐 수 없다. 메세나폴리스의 대부분의 공간은 턱이 없는 길로 이어져 있어서 휠체어를 이용해서 이동하기에 어려움이 없었고, 층간 이동은 엘리베이터로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하철역에서 메세나폴리스로 연결되는 곳이 경사로나 리프트 없이 계단으로만 되어 있는 점은 옥의 티로 지적할 만하다. 게다가 9번, 10번 출구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우리가 방문한 날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우연히 그곳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던 장애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되돌아가던 길이라고 했다. 그 분은 1층의 화장실이 여닫이 문이라 불편하다는 점을 알려주었고, 2층 영화관의 화장실이 편리하게 잘 되어있어 그곳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귀띔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세나폴리스는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 휠체어 이동이 자유롭고 주차도 편한 점, 합정역에서 바로 이어질 만큼 접근성이 좋다는 점 등 장애인에게 장점이 많은 곳이어서 합정역 주변을 방문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방문을 고려해볼 만하다.
가장 주목받는 길 합정역 5번 출구에서 홍대 라이브 소극장 롤링홀까지 이어지는 길이 요즘 합정하면 흔히 떠올리는 길이다. 명성에 어울릴 만큼 볼거리가 많은 길이지만, 인도가 좁은 편이라 휠체어로 이동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꽤 있었다.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차가 많은 편이라 주차하기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았다. 공영주차장 관리인의 말에 따르면 장애인 주차 칸이 있고 장애인이 이용 시 우선권을 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말에 방문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합정역 주변의 가게들은 대부분 턱이 있고 문이 작아 장애인들이 편하게 들어갈 만한 곳이 적었다. 사람이 몰리는 곳일수록 해당 구청이나 시청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규제를 만든다면 이러한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조금 가다보면 ‘자음과 모음’이라는 2층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턱이 낮아 진입하기도 어렵지 않고 책을 저렴하게 사거나 커피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 추천할 만했다. 1층에서는 여러 종류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고 안쪽으로 이어진 테라스에서는 구매한 책을 읽으며 쉬어가기에도 적당했다. 또 1층의 카페에서는 장애인들이 방문할 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 외에 몇 개의 점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문이 불편하거나 진입로가 작아 추천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장애인을 위한, 바라봄 사진관 합정역 주변을 탐방하다가 의외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바라봄 사진관’은 조금 특별한 사진관이다. 사진 봉사활동을 갔다가 한 장애인의 어머니를 만났고 장애인 가족이 편하게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진관을 열게 되었다고. 사진관을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많지만 두 아들의 도움으로 운영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나종민 사진작가는 21년 직장 생활동안 마음 한 켠에 두고 있던 마음을 실현한 것이 기뻐보였다. 현재는 뇌병변 아이들부터 다문화 가정 등 편하게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셔터를 누른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어색해하기 마련인데,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하는 그에게 사진을 찍힌다면 정말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예쁘고 볼거리 많은 거리이지만, 막상 편하게 들어갈 가게가 적었던 합정역 주변에서 ‘바라봄 사진관’을 알게 된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합정역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진관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성공이지 않을까
총평: 메세나폴리스에서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지만 합정역 주변 거리에는 턱이 많아 장애인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편하게 사진을 찍고 싶다면 3번 출구 허그인 카페에 자리 잡은 ‘바라봄 사진관’이 있기 때문에 합정역으로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접근성 ★★★★ 편의성 ★★ 재미 ★★★★
글: 작가 정지영 / 사진: 작가 정지영, 홍보팀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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