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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팀이 전하는 네팔 대지진 현장 이야기

2015.06.17

긴급구호팀이 전하는 네팔 대지진 현장 이야기

 

  우리 재단은 2015년 4월 28일부터 5월 28일까지 네팔 대지진 이재민을 위한 긴급구호를 실시하였습니다. 네팔 카트만두(Kathmandu), 다딩(Dhading), 신두팔촉(Sindhupalchowk), 돌라카(Dolakha) 주에 위치한 총 8개 지역에서 식량과 방수천막을 총 6,000여 가구, 30,000명의 이재민들에게 지원하였습니다.
 
 
+본 글은 네팔 대지진 긴급구호현장에 파견되어 구호활동을 펼쳤던 밀알복지재단 긴급구호팀의 생생한 현장 수기입니다.
 

  
  나라가 가난하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환경, 특히 사회간접자본으로 통칭되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할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네팔에 2015년 4월 25일 오전 11시57분, 최악의 강진이 강타했습니다. 지진이 강타한 25일은 네팔공화국 선포일로 공휴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점심을 먹고 있거나 식사를 준비하던 그 때, 진도 7.9의 강진이 네팔 전역을 흔들었습니다.


 
  네팔 지역은 지금까지 수많은 대지진을 겪어 온 나라입니다. 1934년에 일어난 규모 8.2의 강진으로 1만 6천 명 이상이 사망했었고, 1988년에는 규모 6.8의 지진으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에도 1993년부터 2011년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 곳이 바로 네팔입니다. 과거의 지진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지진이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지진의 강도가 세기도 했지만, 진앙지가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카트만두는 네팔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발전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건물이 흙벽돌로 지어졌기 때문에 지진 발생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팔의 건물들이 잦은 지진피해 속에서도 지진을 대비하여 건물을 짓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습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이 모자라면서 단시간 내에 지어졌고, 소득 수준이 낮아 건물의 안전에 많은 비용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네팔 전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고통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지진이 강타하고 2일 후, 카트만두에 도착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 방문했던 카트만두 시내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5층 이상의 고층건물들이 지반까지 뽑혀 도미노처럼 쓰러져 있었고, 벽돌로 지어진 주택들은 폭격을 당한 것처럼 흩날려 잔해만 어지럽게 널러져 있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익숙하게 다니던 외곽도로는 지진의 여파로 가뭄 때의 논처럼 쩍쩍 갈라졌고, 한 모퉁이는 2m 정도 불쑥 솟아 올라와 있었습니다.

  달라진 풍경에 당황해 있던 그 순간, 온 지축이 떨렸습니다. 여진이 들이 닥친 것입니다. 가던 차를 멈추고 우리는 피신을 하였고, 동시에 인근 건물에 있던 네팔 사람들이 놀란 기색으로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람들 표정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땅과 그 위에 서있는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이 경험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무기력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카트만두 인근 지역부터 피해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박타푸르를 먼저 방문했을 때 네팔 옛 모습을 간직한 유서 깊은 박타푸르의 모습은 참혹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무너지고 잔해 속에 파묻혀 있는 이 참혹한 현실 앞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까라는 생각이 밀려 왔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생각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계속되는 여진과 네팔 정부의 더딘 지원 속에 모든 게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주민들은 묵묵히 잔해를 치우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돕고 있었습니다.

  내 부모, 내 아이들이 죽어가고 또 언제 여진이 닥칠지 모르는 공포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나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섬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진으로 가족과 이웃을 잃은 네팔 국민들의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이 계속되는 한 지혜롭고 용감하게 이겨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네팔 이웃들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작은 마음을 전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밀알복지재단 긴급구호팀 박동석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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