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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지역조사 이야기, UNSEEN PEOPLE

2015.08.28

케냐 지역조사 이야기, UNSEEN PEOPLE
 

 



     우리재단은 지난 7월 20일부터 11일간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사업 검토를 위해 빅토리아 호수와 맞닿은 케냐의 세 번째 도시 키수무를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 폭염이 내리쬐던 7월은 케냐의 겨울로 고도가 높은 나이로비에서는 전기장판이 필요할 만큼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빅토리아 호수를 품고 있는 키수무지역은 평균 30도를 웃도는 기온과 공기 중에 가득 찬 습도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역시 아프리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날 만큼 무더웠습니다.

     케냐는 1895년부터 6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 시대를 거쳤습니다. 1963년 독립을 성취한 이후, 케냐는 동아프리카의 허브라 불릴 만큼 급속도로 발전하였지만, 이면에는 부정부패, 종족갈등, 테러리즘 등 온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들이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잊혀진 이웃,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국제개발협력에서는 여성, 장애인, 노인, 소수민족 등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합니다. 부양가족이 없는 독거노인과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은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입니다. 이에 케냐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의 기초생활보장 및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월 2,000Ksh($20)의 현금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미흡한 행정력과 불규칙적인 예산 공급으로 인해 원만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재단은 효과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자는 취지로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키수무의 여러 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마을촌장, 부녀회장, 청년대표, 장애인대표, 사회복지사, 종교지도자, 공무원 등 다양한 조직의 여러 리더와 한자리에 모여 현지의 고충과 지원이 필요한 내용을 들으며 프로그램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대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소외된 이웃을 옹호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리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커뮤니티 모빌라이저와 함께 독거노인과 장애인가정을 찾아 마을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커뮤니티 모빌라이저란, 마을의 변화와 발전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모여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외부의 자원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키수무는 낯선 지역이기도 했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가정에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방문을 할 경우에는 마을의 숟가락 개수까지 세고 있는 마을통, 커뮤니티 모빌라이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만나고 온 독거노인의 대부분이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분들이었습니다. 간혹,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마저도 장애를 가진 자녀 또는 부모 없는 손주로 노인이 실질적인 가장이 되는 경우였습니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귀한 시간과 공간을 내어 준 것의 답례로 비스켓과 음료수를 드렸는데, 한 할머니께 유독 기뻐하시며 감동을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가 드린 간식이 이틀 만에 먹는 첫 음식이었고, 자기 형편으로는 사먹을 엄두도 내지 못할 먹거리였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온전하진 않지만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은 나무열매나 옥수수를 장터에 내다 팔거나,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마을 행사를 찾아가 음식을 얻어온다고 합니다. 이미 병들고 노쇠하여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노인들은 이렇게 외부 지원 없이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장애의 경우, 우리는 장애등급이 높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만남을 진행했습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가야해서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낮 시간 동안 장애인들은 꼼짝없이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흙집 안에서 천장만 바라보며 흐르는 시간을 보냅니다. 날씨도 더운데다 한 자세로만 오래 있다 보니, 온 몸에 욕창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을 지내며 코흘리개 꼬마 시절부터 30세의 청년이 된 장애인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현실의 참담함에 건강한 신체로 이들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미안할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방치해 놓고 있는 가족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것이 이들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집 안에 혼자 둘 수밖에 없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큰 부담이 되겠지만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가족의 책임과 의지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의 생계와 자립을 위한 지원을 하는 한편, 이들을 연계하는 상호보안과 돌봄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사업을 계획·진행 할 예정입니다.
 
     케냐의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밀알복지재단의 새로운 도전과 방치된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이 희망의 새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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