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치과', 성남시 한마음복지관 구강보건실을 지키는 유준상 치과의사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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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판교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유준상이라고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한마음 구강보건실에서 장애인 치과진료를 무료로 해드리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는 재능으로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며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신앙적인 믿음으로 이어온 진료 봉사가 어느덧 10년이 되었네요. 2013년 당시 진료봉사 모습(왼쪽)과 2023년 현재 진료봉사 모습(오른쪽) 한마음 구강보건실은 어떤 곳인가요? 2012년 성남시 한마음복지관과 치과의사들이 합심해서 설립한 한마음 구강보건실은 장애를 가진 성남시 거주민이라면 누구든지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 치과입니다. 보철이나 임플란트 치료를 제외한 충치, 잇몸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구강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 기관에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한마음 구강보건실은 총 5명의 치과의사들의 재능기부로 매월 첫째, 셋째 주는 화요일, 둘째, 넷째 주는 목요일에 진료가 진행되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도 마찬가지로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일요일 진료를 맡고 있으니 그때 오시면 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웃음) 성남시 한마음구강보건실 바로가기 한마음 구강보건실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본과 3학년 시절, 치과대학 봉사 동아리 ‘해우회’에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진료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해우회에서 선배, 동기들과 함께하며 국내, 해외의 의료 불모지에서 치과진료를 했던 값진 시간들이 저에겐 큰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치과 개원할 당시에는 정신없이 바빠서 봉사활동을 잠시 쉬었지만 치과가 자리를 잡아가고 다시 내가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는 선배님께서 한마음 구강보건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걸 알게 됐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저도 함께 하겠다고 연락드렸고 그 이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마도 대학교 봉사 동아리 시절부터 이어온 값진 추억들이 저를 자연스럽게 한마음 구강보건실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한마음 구강보건실과 일반 치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한마음 구강보건실은 ‘느린 치과’입니다. 치료를 어려워하는 장애인분들을 위해 ‘보건실 들어오기 - 의자에 앉기 - 미러링(자신의 이를 거울로 훑어보기) - 칫솔질 - 실제 진료’ 순으로 차근차근 진료를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오늘도 의자에 앉아 ‘아~’만 연습하고 진료를 끝낸 환자가 있습니다. 괜찮아요.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치과이고 이분들이 치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곳이에요. 길고 긴 적응의 시간을 거쳐 향후 일반 치과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그것이 일반 치과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2023년 1월, 구강보건법 시행규칙이 일부 개정되는 등 장애인 구강보건 환경에 긍정적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구강보건의 발전을 위해 어떤 부분들이 더 개선되어야 할까요?
우선 제도 개선으로 장애인분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사실 경증 장애인분들은 일반 치과에서 진료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증 장애인분들은 장애 특성상 진료 의자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전신마취 후 치과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용 문제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또. 전신마취를 위해 필요한 마취과 의사도 전국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 1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이런 점을 고려해 중증 장애인들의 구강보건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 충족이 더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해외에서도 진료 봉사를 다니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해외 진료 봉사도 앞서 말씀드렸던 대학교 시절 봉사 동아리 ‘해우회’ 활동을 계기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봉사활동을 떠날 당시 저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봉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제가 준 것보다 더 많은 힘을 얻기도 하고 ‘내가 이 진로를 선택하길 잘했다’ 하는 보람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런 마음들이 저를 계속 봉사할 수 있게 만들어주네요. 그래서 올해도 치과대학 후배들과 함께 해외 진료를 나가려고 예정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료 현장은 어떤가요? 해외 진료는 구강보건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하다 보니 충치, 잇몸치료 정도의 간단한 치료만 가능합니다. 치료 장비도 좋지 않고 말까지 통하지 않으니 여러모로 진료가 쉽지 않죠. 환자 대부분 치과 진료를 생전 처음 받는 분들이라 겁먹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다들 적극 도와주시고 협조해 주셔서 원활하게 진행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멀고 먼 타지에서 온 저를 믿고 의지해 준 환자들에게도 감사하고 저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네요.
오랜 기간 동안 봉사하며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봉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체장애를 가진 젊은 분이었는데 당시 형편이 너무 어려워 정상적인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분은 이가 교합되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치열을 갖고 있어서 구강보건실에서는 진료가 불가능했어요. 아무래도 제 치과에서 직접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을 치과로 모셨고 무상으로 교정과 틀니 치료를 해드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맞지 않는 심한 상태이기도 하고 여러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이라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치료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이분은 현재도 저희 병원에서 진료받고 계시는 단골손님이세요. 처음 뵀을 때보다 상황도 훨씬 나아지고 건강해지셔서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의 봉사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의 첫 해외진료 봉사활동은 중국에서 북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었어요. 최근에는 탈북 청소년들을 저희 병원으로 연계해 진료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자연스럽게 이어진 탈북민 봉사활동이 확대되어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저의 지인 중 한 분이 ‘북한 장애인을 위한 병원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함께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에 학교를 세워서 북한의 의사들을 교육하고 이후 북한에 장애인 병원을 세우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필요로 하는 곳에 저의 재능이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자신의 재능을 나누며 살아가는 선생님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봉사활동 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보통 봉사활동하기를 부담스러워하죠.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첫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설득해서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다들 다음 봉사활동을 기다립니다. 특히, 더 멀고 힘든 곳으로 갈수록 그렇죠. 다녀온 사람들은 제가 느꼈던 것처럼 주러 갔다가 더 많은 것을 받고 온다고 합니다. 만약 나눔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시길 추천합니다. 저 또한 앞으로도 처음 봉사활동을 다녀왔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그 마음 그대로 나눔을 실천하겠습니다.
국내와 해외, 장애인과 청소년 등 글. 홍보실 노태수 사진. 홍보실 고은솔, 성남시 한마음복지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