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 '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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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7일, 세계는 32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날을 기억하며 또 한 번 구호의 결의를 다집니다. 1992년 공식적으로 제정되어 현재까지 전해지는 이날은 바로 ‘세계 빈곤퇴치의 날’입니다.
쓰고 지워지기가 반복된 빈곤의 의미는 이제 가난과 배고픔을 넘어 인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의미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또 새로운 관점에서 빈곤을 적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눈앞에서 바라보았던 빈곤, 당신이 생각하는 빈곤은 무엇인가요? 네팔의 빔과 말라위의 마르코
① 빈곤은 ‘장애물’이었습니다. 네팔에 사는 빔은 장애가 생기기 전까지 행복했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져 심하게 척추를 다친 빔은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으로 의료비를 마련했지만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가까스로 가족의 도움을 받아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재활 이후의 삶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머물 곳도, 좋은 음식도, 기본적인 생필품도 부족한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내뿐이었고 노동과 육아까지 해내는 아내를 보며 빔은 자주 우울감과 무기력을 느꼈습니다. “ 빈곤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모조리 막는 장애물입니다. 빈곤은 저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만들었어요. ”
② 빈곤은 ‘불신’이었습니다. 말라위에 사는 마르코의 가족은 농업으로 생계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1년 중 7개월이 비가 오지 않는 '건기'인 말라위의 기후 특성상 12월부터 4월까지의 농사로 1년 내내 먹고살기는 불가능했습니다.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관개시설이 있다면 건기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개인이 비싼 가격대의 관개시설을 구입하는 것은 역부족이었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한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마르코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사회의 시선이었습니다. ‘빈곤한 사람은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지역사회와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에 마르코와 가족들의 자존감은 결국 바닥으로 향해갔습니다. “ 빈곤은 사람들의 불신으로도 표현됩니다. 가난으로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더 아팠습니다. ” 빔의 재봉틀과 마르코의 펌프
빈곤퇴치를 넘어 오래된 꿈을 이루기까지 어릴 적 빔은 ‘재봉사’를 꿈꿨습니다. 그런 빔을 위해 아버지가 땅을 팔아 마련해 준 작은 재봉틀은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장 나며 빔은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빔은 ‘VOICE 직업재활센터’를 만나며 다시 그 꿈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센터에 마련된 재봉틀로 고급 재봉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척수장애인이 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리프레시, 자조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이라는 장애물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주어진 기회와 굳은 의지 가난과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싸우던 마르코(청각장애인)의 가족은 2021년, 밀알의 공동농장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장애인 가정을 대상으로 관개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공동농장 프로젝트, 빈곤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강한 마르코는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르코는 태양광 패널 펌프 관개시설을 이용한 꾸준한 농사와 다양한 농업 교육을 받으며 서서히 자립을 이뤄냈습니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 자신의 상점에 서있는 빔(왼쪽) 공동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마르코와 지역 주민들(오른쪽) 재봉사의 꿈을 이룬 빔은 VOICE 직업재활센터를 통해 재봉틀, 테이블, 랙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아 개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점점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했고 수입도 안정적으로 얻게 된 빔의 가족은 이제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르코는 1년의 농업활동을 통해 새로 집을 짓고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농산물 판매로 정기적인 수입이 유지되는 마르코의 가족은 지역 사회에서도 신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마르코는 현재 마을 주민들의 추천을 받아 지역 사회 개발 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밀알은 앞으로도 ‘빈곤퇴치’를 돕겠습니다.
VOICE 직업재활센터는 기초반, 심화반 재봉기술 교육을 통해 올해 9월까지 총 25명의 수료생들을 배출하며 빔과 같이 빈곤으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동농장은 현재 344가정의 39개 공동농장을 지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의 안정적인 농업활동과 삶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케냐, 필리핀(마닐라, 세부) 등에서도 자립을 통해 스스로 빈곤을 퇴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 홍보실 노태수 사진. 밀알복지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