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함께 해온 듯, 자매 같은 두 사람의 나란한 뒷모습이 보이네요. 어딜 가는 걸까요? 천천히, 천천히. 조심스럽게 두 사람이 방문한 곳은 밀알복지재단 ‘장애인활동지원센터’입니다.
활동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과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이어주는 밀알장애인활동지원센터. 두 사람은 이곳을 통해 각별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습니다. 선선한 날씨를 따뜻함으로 채우는 두 사람의 포근한 만남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홍정수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이자 청력 소실로 오른쪽 청력만 조금 남은 ‘시청각장애인’입니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더불어 시청각장애인 서비스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
| 저는 정수 씨의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박건실입니다. 주 3회, 하루 8시간씩 근무하며 5년째 정수 씨와 함께하고 있어요. |
박건실 장애인활동지원사(왼쪽)과 홍정수 이용자(오른쪽)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무엇인가요?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사회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 신체, 가사, 사회활동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예요. 장애인활동지원센터를 통해 이용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 받고,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의 상황에 맞추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입니다. |
장애인활동지원사 주요 역할
홍정수 이용자님은 어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계시나요?
| 저는 신체활동(옷 입기, 식사)과 대부분의 가사활동이 혼자서도 가능해요. 다만 바깥에서 해야 하는 사회활동(외출동행 등)의 경우는 도움이 필요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주로 복지시설 방문, 쇼핑 등을 함께 다니는데 최근에는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를 열심히 다니며 직업재활교육도 수료했습니다. 10월 말부터는 평소 취미로 즐겨온 뜨개질로 시청각장애인들을 가르치는 1:1 뜨개질 선생님이 될 예정이랍니다. (웃음) |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및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사회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
홍정수 이용자의 뜨개질 작품(머플러, 수세미)
두 분은 언제부터 함께하게 되셨나요? | 제가 맹학교에 다니던 때에 처음 만났어요. 그 당시엔 박건실 담임 선생님이셨죠. (웃음) 저를 항상 엄마처럼 대해 주셔서 제가 선생님을 많이 좋아했어요. 뜨개질도 그때 처음 선생님께 배웠답니다.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던 중, 선생님께서 활동지원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 활동지원사 되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저의 ‘언니’처럼 일상을 함께해 주신 답니다. |
| 특수교사직에서 은퇴하고 1년 정도 쉬었는데 이전처럼 일이 하고 싶어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되었습니다. 활동지원사가 된 직후 첫 이용자를 기다리는 시점에 우연히 정수의 전화를 받고 5년 넘게 함께하고 있어요. 이정도면 인연 아닌가요 우리? (웃음)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 40시간의 교육과 10시간의 실습이면 성인 누구나 활동지원사가 될 수 있어요. 은퇴 이후에도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저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특히, 아끼던 제자와 언니, 동생처럼 일상을 지낼 수 있다는 게 참 보람 있고 감사한 것 같아요. |
|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는 외부 활동하는 것이 힘들어 집에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으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활동의 폭이 많이 넓어졌어요. 꽃꽂이, 메이크업, 제빵, 비누 만들기 등등 손으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배워볼 수 있게 됐어요. 저한테 활동지원서비스는 생활의 활력소입니다. |
반대로 어려운 점도 있을까요?
| 일상생활 대부분을 함께 하다 보니 간혹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도 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 번은 개인적인 법률문제로 법무사사무소를 들락날락한 적이 있어요. 보이지 않는 제가 계약서나 관련 서류를 확인하려면 어쩔 수 없이 활동지원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그럴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많은 부탁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 때도 있어요. |
오랜 인연을 유지해 오신 두 분!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정수는 저에게 제2의 삶을 시작하게 해준 소중한 사람이에요. 가끔 교복 입던 정수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친구로 함께 걸어가고 있어요. 아마 정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제 처음이자 마지막 파트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웃고 울며 함께 일상을 보내는데 집중하고 싶네요. |
| 건실 선생님은 저에게 참 특별한 분이세요. 어릴 적에는 선생님이자 엄마였고, 한때는 외로울 때 연락할 수 있는 친구였어요. 지금은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이자 함께 걸어가는 언니이기도 합니다.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고, 고마운 분이세요. |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짧은 교육 기간으로 비교적 쉽게 될 수 있는 직업이지만 장애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요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마음의 힘도 있어야 하는 가볍지만 무거운 직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자부심과 따뜻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큰 관심을 가져주세요! |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시작하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어요. 바깥으로 나가서 활동하기까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덕분에 뜨개질로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어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 자립할 수 있는 장애인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현재 밀알장애인활동지원센터에는 두 분을 포함해 약 1000명의 이용자와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일상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행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혼자 남겨져있는 장애인이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좋은 만남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밀알장애인활동지원센터는 앞으로도 튼튼한 다리가 되어 장애인 복지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글. 홍보실 노태수 사진.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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