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의 생생한 나눔 현장을 보여주며 유쾌한 감동을 전하는 유튜브 ‘알TV’. 그 중 톡톡 튀는 입담으로 실제 장애인이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썰준”의 두 주인공, 안승준 씨와 이원준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좌)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안승준 씨 (우)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 이원준 씨
Q. 자신의 삶을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 제가 즐겁게 사는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놀라요. 웃음 뒤에도 슬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이걸 깨주고 싶어요. 저나 제 친구, 동료, 제자들도 밝게 살고 있고, 비장애인과 비슷한 즐거움을 경험하며 사는데 사람들은 이걸 신기해하죠. 이걸 그냥 평범하게 들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처럼 사회적 편견과 다른 모습으로 사는 장애인이 얘기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테는 운 좋게 마이크가 많이 주어지고 있잖아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제가 가지게 된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 저는 제 삶을 나누면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삶을 나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중도장애인의 삶을 살다 보니까 불합리한 면들이 많이 보여요. 아직 제도적인 기틀이나 장애 감수성이 부족한 모습들이 있는데, 제가 매체에 노출돼서 제 삶을 나누는 건 그걸 바꿔나가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파장이 수많은 장애인의 삶, 그리고 지금 힘든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면 제가 선한 영향력을 펼치면서 살고 싶습니다. |
알TV [썰준] EP.9 영상 바로가기
Q. 많은 사람들이 두 분을 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대로 두 분이 다른 사람을 통해 힘을 얻은 경험이 있나요?
| 실명한 지 2년째에 특수학교에 입학해 아직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울해 있는데 이상하게 학교에 그런 애가 한 명도 없었어요. 제가 혼자 잘 못 다니면 왜 이렇게 둔하냐고 하고, 우울하게 있으면 넌 왜 이렇게 우울하냐, 네가 중증 장애인이냐 이런 소리를 막 하는 거예요. “뵈는 것도 없는데 둔하기까지 해?” 이런 농담들을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내 모습이 변하면 변한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삶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친구끼리 할 수 있는 농담이 오히려 제게 힘이 됐어요. 그게 장애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출발점이었거든요. 그것도 내 몸의 일부고, 그것도 농담할 수 있어야 내 삶 자체가 아무렇지 않은 삶이 되니까. 저는 지금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런 시간을 만나셔서 세상의 밝음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으면 해요. |
| 5년 정도 알고지낸 하반신 마비 장애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정신적으로, 환경적으로 일반적인 생활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요양병원에 있었어요. 제가 그때 당시 유일한 취미가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니는 거였는데, 그 얘기를 자주 하다 보니 이 친구에게 자극이 되었나봅니다. 원준이도 하니까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외출증을 끊고 영화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이 친구가 “원준아, 네 덕분에 영화도 혼자 보러 다니고 혼자서 밥도 먹고 할 수 있었다” 얘기를 해주는데 정말 고맙더라고요. 그렇게 얘기해주는 친구도 고맙고, 내 삶이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는 모습이 됐다는 것도요. 그래서 내 삶을 더 많이 노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했던 것 같아요. |
‘썰준’ 촬영을 위해 모인 이원준 씨와 안승준 씨
‘썰준’의 이원준씨와 안승준씨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 속에서도 일상의 평범한 행복과 재미를 찾으며 사는 ‘썰’을 풀어놓습니다. 이원준 씨는 휠체어로 이동할 때의 불편함을 말하면서도, 눈 오는 날 아이들에게 휠체어로 썰매를 태워준 일을 기분 좋게 떠올립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안승준 씨는 누가 자신의 반찬을 몰래 가져가는지 알아채는 식스 센스를 뽐냅니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장애인의 삶은 장애가 있기에 특별한 삶이자 평범한 일상으로 소소하게 행복한 삶입니다. |
Q. 유튜브 ‘썰준’ 영상에 재미있는 댓글이 많아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 저랑 술 한잔 하고 싶다는 댓글이 달려서 그분과 실제로 만나 술을 먹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영상에 나오는 사람을 어렵고 멀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저는 결국 모든 장애인이 이렇게 편하게 술 한 잔 할 수 있게 되는 걸 꿈꿔요. 또 ‘잘생겼다’, ‘몸 좋다’고 하는 댓글은 언제나 기억에 남습니다. |
| 댓글 하나하나 진심과 충분히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응원이 느껴져요. 그래서 답글을 모두 달고 싶은 마음이 항상 굴뚝같죠. 그런데 다 못 달아서 죄송해요. 제 채널 구독자가 '썰준' 구독자가 되기도 하고, '썰준' 구독자가 제 채널 구독자가 되기도 해서 똑같은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두 감사한 분들이고 저에게 큰 힘이 되는 분들이라 한 글자, 한 글자 전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
장애에 대한 콘텐츠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썰준’을 통해 감동과 재미를 모두 얻었을 뿐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는 시청자들의 댓글.
안승준 씨와 이원준 씨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시각장애인인 안승준 씨가 ‘뵈는 게 없다’고 하거나, 척수장애인인 이원준 씨가 휠체어 고장으로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는 사연에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 같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이처럼 자신의 장애를 농담거리로 삼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장애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나아가 농담도 할 수 있는 것이 장애인을 진정으로 가깝게 여기는 사회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미디어에서 장애인은 열악하고 불우한 환경에 머물러 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극복하여 인간 승리를 이룬 이야기만을 다뤄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을 만들어 장애인과 사회와의 소통을 방해한 점도 있습니다. 장애는 연민과 감동 뒤에 가려져서 꼭 무겁고 진지하게 해야만 하는 이야기 주제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
Q. ‘썰준’과 함께 꿈꾸는 목표가 있나요? | 저는 대중을 향한 마이크를 가지게 된 행운아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어요. 다른 장애인들보다는 발언의 기회가 많은데 이런 기회를 가지고서도 뒤에 오는 시각장애인들이 나만큼 불편한 세상에 산다면 저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모양은 중요하지 않고, 어떤 자리에 있던지 저보다 제 뒤에 오는 장애인들이 적어도 저보다는 덜 불편한 세상에 사는 게 저의 역할이고 꿈이에요. |
| 장애를 많이 알리고 싶고, 비장애인들이 모르던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나가는 모습들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다면 더없이 좋겠죠. 또 저는 다양한 장애 유형에 해당하는 분들, 현재 잘 알려지지 않은 유쾌하고 재밌고 활동적인 분들도 있을 테니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겠어요. |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특집 ‘썰준’ 촬영 현장
두 사람이 평범한 행복을 찾기까지는 여러 친구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인정받는 군인이었던 이원준 씨는 척수장애를 갖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반신 장애가 있는 선배와 대화하면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여행도 다니고, 직장생활도 했다는 경험담이 희망을 준 것입니다.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1위를 할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던 안승준 씨 역시 시각 장애를 갖게 된 뒤 많은 것을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식당도 교실도 찾지 못하는 안승준 씨를 도와준 건 장애인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시력을 잃은 것이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님을 가르쳐줬습니다
우리는 친구의 든든한 응원 한마디에 한 시기를 버텨내고, 농담 한마디에 근심을 잊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고 희망을 키워온 경험을 토대로 이제 더 많은 사람의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스스로 내편이 되어주세요. 그 누구도 자신을 위로해 주지 않을 때 필요한 건 자기애입니다.”, “약점이 있을수록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원준 씨, 안승준 씨의 이런 조언은 인생의 난관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메시지일 것입니다. 수다스러운 두 ‘준’의 유쾌한 ‘썰’, “썰준”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글. 미디어사업부 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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